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딩 총괄을 맡아 팬덤을 만들었던 장인성 님이 스테이폴리오의 CEO로 취임해, 엔데믹 이후 역성장하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고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마케팅보다 고객 관점의 UX 개선에 집중하여 서비스의 본질적인 매력을 높였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일하는 문화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일에서의 '재미'와 '성장'을 연결 짓는 그의 인사이트는 조직 관리와 브랜딩에 큰 영감을 줍니다.
장인성 님은 네이버를 거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커리어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배민은 네이버 출신의 디자이너 김봉진 님이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이었죠. 장인성 님은 배민의 타깃을 아주 뾰족하게 '회사 막내'로 설정했습니다. 회식 메뉴를 정하거나 야근 식사를 주문하는 결정권자가 바로 막내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는 막내들이 좋아하고 친구처럼 느낄 만한 '키치하고 재미있는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거창한 경품 대신 양말 30켤레, 수건 30개 같은 엉뚱한 선물을 주며 소비자들에게 "얘네 참 특이하고 재밌네"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죠.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2014년, 이 광고 카피가 대히트를 치면서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노는 판을 깔아준 것이 그 유명한 '배민 신춘문예'였습니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이처럼 소비자와 함께 놀고 호흡하는 브랜딩을 통해 배민은 단순한 앱을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 커지면서, 장인성 님은 개인이 브랜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들자 일의 재미가 덜해짐을 느꼈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배민을 떠나 휴식을 취하려던 그에게 다시 김봉진 님의 연락이 왔습니다. "스테이폴리오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죠. 평소 여행과 건축을 좋아하고 스테이폴리오의 헤비 유저였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해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여행 수요로 급성장했던 스테이폴리오는, 엔데믹 선언 후 사람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급격한 역성장을 겪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었죠.
구성원들도 뭔가 새로운 걸 찾아서 도전해 보고 해결책을 찾기보다도, 해야 하는 일, 안 하면 안 되는 일들을 매뉴얼에 맞춰서 쳐내고 있는 정도에 가까웠어요.
(...) 근데 오히려 기분은 좋더라고요. '이 상황에서 뭐라도 하면 어떻게든 성장을 하겠구나. 지금까지 안 하고 있어서 못 한 거지, 이것저것 개선하면 지금보다 당연히 더 잘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 위기를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정체된 상태라면, 무엇이든 시도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CEO로서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단은 역설적이게도 "마케터가 되지 말자"였습니다. 당장 마케팅으로 포장하기보다, 서비스 내부에 산적한 불편한 사용성(UX)을 개선하는 것이 곧 최고의 브랜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철저히 '공급자(건축가/제작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들을 '사용자(고객) 관점'으로 뜯어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가로 사진이라는 건 작은 사진이라는 뜻이에요. (...) 절반 이하로 작다는 건 매력을 절반밖에 못 보여 준다라는 뜻이거든요.
이런 디테일한 변화들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제작자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철저히 사용자를 배려하는 세계관의 혁신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사용자 친화적으로 다듬어진 2025년 4월, 그는 드디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테이폴리오 10주년을 맞아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을 시작했죠.
타깃은 명확했습니다. "감각 있고 자기 분야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 즉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직접 자신이 다녀온 스테이를 추천하게 함으로써, "스테이폴리오는 감각 있는 사람들이 쓰는 힙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었습니다.
스테이폴리오 저희 구성원들로서는 오랜만에 겪어보는 얼음이 깨지는 지점이었었던 거예요. 그전에는 꼭 해야 되는 일만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면서 하던 분위기라면,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크게 보고 그걸 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해야 되는 일들을 스스로 고민하고 제안하고 변화시키는, 이런 것들이 에너지 넘치게 돌고 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바이럴이 터지며 MAU(월간 활성 사용자)와 매출이 급증했고, 무엇보다 패배감에 젖어있던 조직 문화가 능동적이고 활기차게 변했습니다.
2026년 현재, 스테이폴리오는 2022년의 전성기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작년 대비 사용자 수는 50%, 거래액은 30%나 성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장인성 CEO는 자신이 일을 하는 원동력을 '재미'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재미는 단순히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저는 아까도 '재미' 얘기를 했지만 일하는 데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 근데 그 재미는 어디서 오냐 하면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에는 못 하던 일을 앞으로는 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의 행복과 성장에 기여했다'. 이런 것들이 저한테 재미가 되고 있어요.
건축가가 만든 훌륭한 본질(스테이) 위에 마케터가 더한 사용자 관점의 경험이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님은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일이 주는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를 바란다는 따뜻한 바람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