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은 김성준 교수의 저서 『AI가 바꾸는 일터의 미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오히려 우리 삶의 노동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을 제시합니다. AI가 가져올 막대한 편리함 뒤에 숨겨진 '가짜 일'의 증가, 분업 시스템 약화로 인한 개인의 능력 압박, 그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강요와 같은 변화들을 살펴보고, AI 시대를 현명하게 대비하기 위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영상은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관찰한 독특한 현상, 바로 재본스의 역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증기기관 기술이 발전하여 효율이 좋아지자 사람들은 석탄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고 해요. 증기기관이 더 좋아지니 너도나도 증기기관을 사용하게 되어 오히려 석탄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죠.
"이렇게 기술 발전이 자원 절약은커녕 오히려 자원을 더 많이 쓰도록 부추이는 현상을 재본스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인간의 노동력과 관련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의 일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기술 발전으로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타자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힘들었던 손글씨에서 해방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대신 '속기사'라는 새로운 직무가 생겨났어요. 손글씨로 회의록을 작성할 때는 주요 내용만 기록했지만, 타자기가 나오자 회의의 모든 내용을 받아 적으라는 요구가 늘어난 것이죠.
이러한 재본스의 역설 이야기는 LG, SK, 현대 등 굵직한 기업들과 함께 일하는 **조직문화 전문가 김성준 교수의 저서 『AI가 바꾸는 일터의 미래』**에 등장하는 내용인데요. 이 책은 과거 기술 발전이 일터에 가져온 변화의 역사를 현재에 적용하여, 앞으로 AI가 우리의 직업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심도 있는 예측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AI 발전으로 인간이 일을 안 해도 되는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아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존재합니다. 실제 미래는 이 두 극단적인 예측 사이 어딘가가 될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김성준 교수는 AI가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주겠지만, 그 편리함이 오히려 우리의 노동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과연 왜 그럴까요?
가장 먼저, AI는 가짜 일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짜 일'이란 "좋아 보이기 위해서 하는 쓸데없는 일"을 뜻해요. 어떤 조직이든 일을 하다 보면 가짜 일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가짜 일은 기술 발전을 계기로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전해서 보고서 작성이 쉬워지면, 더 자세하고 방대한 내용을 쓰도록 요구받을 수 있어요. 필요한 일도 아닌데 그저 더 쉬워졌다는 이유로 일을 더 시키는 것이죠.
AI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AI 도입으로 회의록 작성이 쉬워지면 원래 회의록 작성을 하지 않던 아주 사소한 회의에서도 모든 내용을 기록하도록 지시할 수 있습니다. 일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이러한 가짜 일을 더 많이 늘릴 것이라고 영상은 지적합니다.
다음으로, AI 발달은 현재의 분업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통합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대두시킬 수 있다고 해요. 이로 인해 개인은 "더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 산업의 역사는 분업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13년 헨리 포드는 도축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작업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는 새로운 자동차 조립 방식을 고안했죠. 이 혁신 덕분에 포드 공장의 자동차 한 대 조립 시간은 12시간 30분에서 무려 1시간 33분으로 단축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업의 성공은 다른 분야로도 빠르게 확산되었어요.
분업은 한편으로 노동을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 조립이 전체 설계를 이해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이었지만, 컨베이어 벨트 도입 이후 각자 한 파트만 조립하게 되면서 지식과 숙련도가 낮아도 바로 공장에 투입되어 일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분업을 통해 쉬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좁은 분야를 전문적으로 깊이 파는 직업이 많아졌습니다. 산업이 점점 잘게 쪼개지면서 한 분야만 평생 연구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한 번 배운 전공으로 평생 같은 일만 하면서 문제없이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분업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AI의 발전은 이러한 상황을 크게 바꿀 것입니다. 앞으로 AI는 많은 분야에서 최소 중급 전문가 이상의 능력을 갖출 거예요. 그러면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지금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브옵스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누어 하던 일을 AI의 도움을 받아 한 명이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죠.
물론 전문가가 완전히 필요 없게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문가가 덜 필요한 일이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일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자기 전문 분야 하나만 파면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너 왜 그거 하나밖에 몰라? 나머지도 다 알아야 AI 도움받아서 너 혼자 프로젝트 하나 통째로 맡지? 너 혼자서 다 할 줄 모르면 경쟁력 없다."
한 분야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렵고, 계속 모든 분야를 공부하며 전체적인 안목을 키우는 통합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사람에 따라서는 실질적으로 노동의 난이도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들은 여러 일을 두루두루 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더욱 어려움을 느낄 겁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철학자 마르크스는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이 단순 반복 업무만 하며 창의력을 빼앗기고 소외된다고 분석했는데, AI를 통해 분업에서 통합으로 일의 방식이 변화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 전체를 스스로 관장하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창의성 발휘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의 부담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창의성이 없어도 일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열심히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일자리 경쟁력 자체를 잃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과연 인간에게 더 좋은 상황일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
마지막으로 AI는 학습의 방식을 바꿀 수 있으며, 이것 또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AI가 바꾸는 일터의 미래』에 직접적으로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책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생각해 본 내용이라고 합니다.
AI는 주입식 교육에서 실습 위주의 학습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전에는 회사에 들어가면 먼저 규칙과 용어 같은 것을 외우고 작업 방식을 공부한 다음 그걸 적용하며 일했습니다. 하지만 AI는 일단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을 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라면 예전에는 상담에 대한 지식을 다 익힌 다음 첫 상담을 나갔지만, 이제는 AI를 대상으로 얼마든지 바로 상담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해보면서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배우면 됩니다. 디자인을 배울 때도 필요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도 AI를 활용해 일단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볼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AI에게 물어보며 배울 수 있어요. 인간은 단순히 머리로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상황을 맞닥뜨리며 익히는 것이 훨씬 더 실력이 빨리 늘기 때문에, AI는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면서 이전 같은 친절한 교육 체계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교육받는 내용만 잘 이수하면 직업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알아서 AI와 소통하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필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몇 년 전 미국의 직원 교육 역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GE의 초대형 연수원, 크로톤빌이 매물로 나왔는데, 살 사람이 없어서 결국 원래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처분되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GE는 인재 육성에 매년 무려 1조 2천억 원을 썼고, 그 중심에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전문가를 초빙해 단체 교육을 진행하는 연수원 교육이 있었습니다. 이 모델이 먹혔던 것은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이 지식을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사람을 강사로 모셔서 주입식으로 직원들에게 지식을 뿌리는 것이 교육 담당 부서의 역할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보와 지식은 차고 넘치고, 웬만한 강사보다 유튜브가 더 나을 때도 많아요. AI를 통해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한발 빠르게 실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통적인 연수원식 교육이 저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은 쓸데없는 교육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실력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통적 교육 방식을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많은 열정과 창의성을 계속 스스로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단순 공부보다 훨씬 더 피곤한 일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보다 더 힘들게 치열한 실전적 학습의 현장으로 자신을 몰아넣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AI는 분명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우리의 노동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피곤한 일을 엄청 많이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죠. 아마 거대한 정치적인 변화가 없다면, AI 시대는 빈부 격차를 훨씬 더 확대시키고,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도 엄청나게 크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AI 시대에 변화할 일자리 환경을 잘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AI가 바꾸는 일터의 미래』를 통해 다양한 기술들이 직업 세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그리고 그런 비슷한 변화가 AI와 관련해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AI가 의사 결정 과정과 협업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 여러 구체적인 분석을 접할 수 있으니, AI 시대가 걱정되거나 AI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접근법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힘내서 이미 다가온 AI 시대에 현명하게 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