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베리의 맛과 질이 떨어지고 지역 소규모 농가가 몰락하는 배경에는 미국 최대의 베리 기업 드리스콜(Driscoll's)의 독점적 유통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직접 베리를 재배하지 않고 종자 라이선스와 포장재 판매, 하청 농가 계약을 통해 모든 위험을 전가하는 드리스콜의 비즈니스 모델은 농약 기준치 초과 논란, 노동 착취, 환경 파괴 등 심각한 책임 회피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거대 농업 기업의 시장 통합으로 인해 건강한 생태계를 가꾸는 독립 농가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소비자의 식탁 역시 맛과 영양을 잃어가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채소, 특히 딸기나 블루베리를 먹으면서 "예전보다 맛이 덜하다"거나 "싱겁다"고 느껴본 적이 많으실 텐데요. 덜 익은 토마토나 풀잎 같은 맛이 나는 과일들이 왜 우리 식탁을 채우게 되었을까요?
"요즘 과일과 채소가 점점 맛없어지고 있다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플로리다 중부에서 생태 농법으로 블루베리를 키우는 휴 켄트(Hugh Kent) 농부를 찾았습니다. 그의 농장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흙 속 미생물이 어우러진 주립공원 산책로 같은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합니다. 이곳에서 자란 블루베리는 기가 막힌 풍미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미생물을 먹이고, 미생물은 식물을 먹이며, 식물은 우리를 먹입니다. 맛의 비결은 사랑이 아니라 건강한 흙과 자연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정작 마트에 가면 미국 전역을 장악한 단 하나의 거대 베리 브랜드, 바로 드리스콜(Driscoll's)만을 마주하게 됩니다. 🍓
미국 식료품점에서 코카콜라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바로 드리스콜입니다. 1989년 사계절 내내 4대 베리(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드리스콜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계기로 멕시코, 페루, 칠레 등지로 거대한 생산 기지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드리스콜의 엄청난 성공 이면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드리스콜이 미국 베리 세 개 중 하나를 팔지만, 정작 베리 한 알도 직접 재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드리스콜은 농업 기업이라기보다는 유전학 및 종자 특허 기업에 가깝습니다. 가치 있는 식물 유전자를 계약 농가에 빌려주고 포장재를 판매하며, 농가가 겪는 기후 위험과 수확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넘기는 구조로 막대한 이익을 챙깁니다.
한 독립 농부는 대형 식료품 체인에 납품하려다 연중 공급이 가능한지를 요구받고 거절당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계절에 맞춰 농사짓는 농부와 달리, 사계절 유통을 중개하는 거대 중개 기업만이 살아남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드리스콜이 떠넘기는 것은 경제적 위험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드리스콜의 전직 직원이자 내부 고발자인 데이비드 하라다(David Harada)는 회사의 안전 및 규정 준수 방식에 대해 충격적인 폭로를 내놓았습니다.
2022년 말, 계약 농가들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는 살충제를 살포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사에게 보고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농학 디렉터로부터 무작위 전화를 받았는데, 제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부인(Plausible Deniability,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을 확보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떻게 고칠까'가 아니라 '어떻게 숨길까'를 묻는 말에 완전히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부 감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캐나다로 수출된 1억 달러 규모의 베리 선적물 중 약 절반에서 법적 잔류 농약 한도를 초과한 트레이가 최소 하나 이상 포함되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드리스콜 측은 독립적인 실험실 검사와 감사를 거치는 철저한 식품 안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농가 안전 매뉴얼을 축소해 법적 책임을 하청 농가에 전가하려 했다는 정황들은 깊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거대 베리 산업의 확장은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환경 파괴라는 심각한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드리스콜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안전한 노동 환경, 농약 노출, 극도로 낮은 임금 같은 농업 관련 위반 행위의 '표면적인 얼굴'이 되지 않는 교묘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 구조 때문에 환경 규제와 노동 기준을 준수하며 정직하게 농사짓는 미국의 독립 농가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소규모 농가의 몰락 속에서도 일부 농부들은 대형 도매 유통망을 벗어나 소비자 직거래(D2C)를 통해 생존의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뛰어난 품질과 본래의 맛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농가를 찾아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먹거리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블라인드 시음 테스트를 진행해 보면, 대량 유통되는 베리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물과 섬유질 맛만 난다", "아무런 맛이 안 느껴진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곤 합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마주하는 밋밋한 과일 맛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거대 독점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고 책임을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씁쓸한 결과물입니다. 똑똑하고 성실한 소농들이 사라지면 그 자리는 영영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미각과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농업 시스템의 과도한 독점을 견제하고 정직하게 흙을 일구는 지역 농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