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의 절대 강자인 ABC마트가 이랜드의 폴더까지 인수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신생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킥스가 단 3개 매장만으로 주요 상권 개별 점포 매출에서 ABC마트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신사는 단순히 많은 제품을 나열하는 기존 양판점 방식 대신 러닝화, 아웃도어 등 취향 맞춤형 큐레이션과 온·오프라인을 잇는 QR코드 시스템, 상권별 타깃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비록 전국 300여 개 유통망을 쥔 ABC마트의 규모를 단숨에 넘어서기는 어렵겠지만, 디지털 고객 데이터와 옴니채널 경쟁력을 앞세운 무신사의 등장은 신발 유통업계의 판도를 '매장 수'에서 '고객 경험'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국내 신발 멀티숍 시장은 과거 여러 브랜드가 치열하게 맞붙던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레스모아(2019년 철수), JD스포츠(2023년 철수), 풋락커(2024년 철수) 등 쟁쟁하던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짐을 쌌습니다.
이러한 생존 경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곳은 바로 ABC마트였습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17% 이상 급감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2025년 기준 매출 6,607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규모가 약 1조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신발 멀티숍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습니다.
경쟁자들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한 ABC마트의 기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업계 3위이자 연 매출 약 1,000억 원 규모를 자랑하던 이랜드의 폴더(Folder)를 전격 인수하여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다졌습니다.
"ABC마트의 성공 비결은 핵심 상권을 선점한 점, 그리고 멀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통 플랫폼으로서 '카테고리 킬러'로 성공했다는 데 있습니다. 토이저러스 같은 브랜드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ABC마트는 신발 분야에서 유일하게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었죠."
전국 300개가 넘는 유통망, 탄탄한 공급망, 물류 인프라가 빚어낸 높은 진입 장벽 덕분에 ABC마트의 왕좌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
하지만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무장한 강력한 도전자가 오프라인에 발을 들였습니다.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출발해 거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신발 멀티숍인 무신사 킥스(Musinsa Kicks)를 론칭하고 홍대, 성수, 스타필드 고양 등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매장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놀라운 매출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신규 오픈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모이는 홍대와 성수뿐 아니라 가족 단위 고객이 중심인 대형 복합쇼핑몰(스타필드)에서도 기존 유통 공룡의 개별 매장 매출을 앞질렀다는 점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유통 경쟁의 축이 이제 매장 수에서 매장 생산성으로, 단순히 제품을 진열해 파는 것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무신사 킥스가 미래 경쟁력을 확실히 입증한 셈입니다."
무신사는 기존 매장들과 무엇이 달랐기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을까요? 크게 세 가지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과거에는 ABC마트 같은 대형 양판점에 무작정 찾아가 매장에 있는 브랜드를 비교하고 샀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먼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꼼꼼히 탐색한 뒤 매장을 방문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다시 QR코드로 추가 정보를 조회한 뒤 지갑을 여는 패턴으로 바뀐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무신사가 ABC마트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전국에 300개가 넘는 매장을 갖춘 ABC마트의 촘촘한 유통망과 탄탄한 공급망, 그리고 폴더 인수로 인한 규모의 시너지는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무신사 킥스 역시 초기의 높은 화제성을 장기적인 매출로 이어갈 수 있는지, 홍대와 성수에서 통한 공식이 다른 지역 상권에서도 통할지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공룡의 격돌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과거 ABC마트가 누려온 300여 개 매장은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성, 안정적인 매출 성장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와 쇼핑 에이전트의 등장, 디지털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무신사가 가진 옴니채널 경쟁력이 핵심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쌓아온 막대한 MZ세대 데이터를 스니커즈 시장에 접목한다면 매장 수가 적더라도 올리브영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국내 신발 유통 시장의 전체 승자는 여전히 막강한 점포망을 쥔 ABC마트입니다. 하지만 주요 핵심 상권에서 일어난 매출 역전극은 '매장이 많으면 이긴다'는 전통적인 유통업계의 공식에 묵직한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신발 시장의 패권이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의 개수에서 결정될지, 아니면 고객의 세밀한 취향을 디지털 데이터로 읽어내는 능력에서 결정될지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