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켄터키 루이빌의 한 거실에서 마이크 스미스와 조너선 헤이는 오랜 시간 꿈꿔온 재즈 듀오 앨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스미스는 기타를, 헤이는 드럼머신과 키보드를 다루며, 둘만의 음악적 순간을 만끽했죠. 이들은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였지만, 성격과 배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이들은 앨범 Jazz를 완성해 2017년 가을, 스포티파이·애플뮤직·타이달 등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과 실물 앨범으로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곡을 추가해 Jazz (Deluxe)로 재출시했고, 2018년 1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무도 다음 주에 갑자기 0으로 떨어지진 않아."
— 헤이, 앨범이 차트에서 사라진 순간을 회상하며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앨범은 순식간에 차트에서 사라졌고, 온라인에는 음악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헤이는 "아무도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헤이는 스포티파이 아티스트 대시보드에서 청취자들이 베트남 등 예상치 못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곧 유통사들로부터 스트리밍 사기 의혹으로 곡이 삭제된다는 통보를 받기 시작했죠. 스미스는 단순한 실수라며, 자신의 클리닉 직원들에게 곡을 반복 재생하도록 시켰다고 해명했지만, 헤이는 뭔가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2019년 12월, 헤이는 스미스에게 이메일로 "너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돈을 훔치고 있다. 이건 연방 범죄야, 친구."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너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돈을 훔치고 있어. 이건 연방 범죄야, 친구."
— 헤이, 스미스에게 보낸 이메일 중
이후 헤이는 업계 동료들에게 스미스의 사기 의혹을 알리고, 경찰과 FBI에도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 무렵, 스미스는 AI 음악 생성 스타트업 Boomy의 CEO 알렉스 미첼과 손을 잡았습니다. Boomy는 사용자가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죠. 스미스는 이곳에서 매주 수천 곡의 AI 음악을 받아, 기괴한 이름의 가상 아티스트(예: Calm Force, Calorie Event) 명의로 스트리밍 플랫폼에 업로드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음악적으로 하는 걸 생각해봐... 이건 '음악'이 아니라 '즉석 음악'이야 ;)"
— Boomy CEO, 스미스에게 보낸 이메일(기소장 인용)
이렇게 스미스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로열티를 챙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헤이는 자신이 사기의 공범이 아니라, 스미스에게 이용당한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기소장에서도 헤이는 'Co-Conspirator 2'로 언급되지만, 범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10억 스트림을 기록했지만, 팬은 한 명도 없었어."
— 헤이, 스미스의 성공을 두고
Boomy 측은 "스미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스미스와 함께 수백 곡의 AI 음악에 공동 저작자로 등록된 음악 프로모터 브램 베소프는 "완전히 충격적"이라며 수사에 협조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실, AI로 대량의 음악을 만들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리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Deezer에 따르면, 매일 업로드되는 곡의 10%가 AI 생성 음악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봇을 이용한 인위적 스트리밍입니다. 주요 플랫폼들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적발·처벌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스포티파이는 "자사 탐지 시스템이 스미스의 사기를 대부분 차단해, 1,000만 달러 중 약 6만 달러만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스트리밍 로열티 구조 자체가 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합니다.
2024년 9월 4일, 연방 요원들은 스미스의 대저택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습니다. 스미스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6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마이크 스미스는 성공한 작곡가이자 음악가, 헌신적인 남편이자 6명의 자녀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법정에서 혐의에 대해 답변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 스미스의 변호인, 공식 성명
음악계 일각에서는 스미스를 '현대판 로빈 후드'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착취한다는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스미스는 '착취적 시스템을 역이용한 인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팬도 없이 오직 알고리즘과 봇만으로 부를 쌓은 그의 방식이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사건은 AI와 자동화, 그리고 취약한 스트리밍 구조가 결합할 때 어떤 새로운 사기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누구나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음악을 만들고, 심지어 팬 한 명 없이도 거액을 벌 수 있는 시대. 하지만, 그 끝에는 예술의 가치와 창작자의 권리, 그리고 시스템의 신뢰성이라는 근본적 질문이 남습니다.
AI 음악 생성 → 가짜 아티스트 명의 업로드 → 가짜 계정 생성 → 봇을 통한 반복 재생 → 로열티 수령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AI 시대 음악 산업의 미래와 윤리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