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쁘게 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낯설지 않으신가요? 이 영상은 구글 벤처스와 유튜브 출신 설계자들이 쓴 책 《메이크 타임》을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두 가지 구조적 함정과 그것을 깨는 실용적인 전술 5가지를 소개합니다. 핵심은 의지력이 아니라 환경의 재설계이며, 단 하나의 전술만 내일 당장 실천해도 하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손이 스마트폰을 향합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47개, 이메일 13통, 메신저 알림 25개. 아직 이불 속인데 머릿속은 이미 전쟁터입니다. 커피를 내리는 사이 거래처 전화가 오고, 오전부터 미팅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점심도 세 번째 미팅을 겸하고, 오후가 되면 머리가 무거워지죠.
"오늘 기획서를 쓰기로 했는데 시작도 못했습니다. 기획서는 내일로 미루고 저녁은 SNS 관리를 한답시고 인스타그램을 엽니다."
시장조사로 시작한 스크롤이 릴스와 유튜브까지 이어지고, 정신을 차리면 밤 11시. 12시간 넘게 일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못했다는 자책이 따라옵니다.
"이 이야기가 익숙하십니까?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그랬고요. 제가 만나본 사업가들과 리더들이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 달을 돌아보면 중요한 일을 전투적으로 밀고 간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이 영상에서 소개하는 책은 《메이크 타임》입니다. 저자는 두 사람인데, 구글 벤처스에서 '디자인 스프린트'를 만든 제이크 냅과 유튜브 디자인 리드 출신인 존 제라츠키입니다. 이 두 사람의 전직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이들은 사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빼앗도록 설계된 제품을 만들던 사람들이에요. 구글 검색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무한 스크롤이 왜 그렇게 중독적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죠. 그 시스템의 설계자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자기가 만든 시스템에 자신들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한국에도 번역 출판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딱 하나, 매우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일찍 일어나라, 목표를 세워라, 의지력을 키워라 같은 뻔한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그 대신 두 저자가 수년 간 직접 실험하고 실패하고 수정해서 검증한 87가지 구체적인 시간 관리 전술이 담겨져 있어요."
'밴드왜건'이란 퍼레이드 맨 앞을 이끄는 차량으로,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흥에 겨워 따라붙는 현상을 뜻합니다. 비지 밴드왜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바쁜지, 이 바쁨이 정말 필요한 건지 따져보지도 않고 그냥 바쁨의 행렬에 올라타는 거죠.
"현대의 업무 문화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디폴트 설정값이 있어요. '빈 시간이 있으면 게으른 것'이라는 생각이죠."
회의 요청이 오면 일단 수락하고, 메시지가 오면 칼같이 답합니다. 리더와 사업가는 특히 취약한데,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할 것 같고 빠르게 대응해야 팀이 돌아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하루는 10분짜리 업무 조각들로 산산이 쪼개지고, 깊은 사고나 창의적 기획 같은 정말 중요한 일이 들어설 자리는 사라집니다.
"요컨대 바쁜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며, 의식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그 상태에 돌입됩니다."
인피니티 풀은 끝이 없도록 설계된 콘텐츠 플랫폼을 말합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뉴스피드, 넷플릭스가 모두 여기에 해당하죠. 스크롤을 내려도, 영상을 넘겨도 끝이 없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우리가 1초라도 더 그 플랫폼에 머물도록 치밀하게 설계한 결과죠."
존 제라츠키는 책에서 직접 고백합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유튜브를 멍하니 세 시간이나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요. 설계자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이니, 우리가 의지로 이겨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러분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이크 타임》의 저자는 정신력에 기대지 말고, 환경을 재설계하라고 강조합니다."
87가지 전술 중 가장 즉각적이고 강력한 다섯 가지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 전술들은 하루를 네 단계(하이라이트 → 초집중 → 돌아보기 → 에너지 충전)로 설계하는 큰 틀 안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할 일 목록이 길어질수록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IR 자료 수정'과 '복합기 토너 주문'이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적혀 있으면, 우리의 뇌는 둘을 동등한 가치로 인식하고 무의식적으로 쉬운 일부터 손이 가게 됩니다.
하이라이트는 이 패턴을 깨는 개념입니다.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에게 묻는 겁니다. 오늘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하이라이트를 고르는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원칙은 하이라이트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하라는 게 아니라, 가장 에너지가 높은 시간에 이 한 가지를 먼저 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하루가 아무리 바빴더라도 최상단에 적어둔 하이라이트 하나를 해냈다면 그 하루는 성공입니다."
캘린더에서 하이라이트를 위한 60~90분을 블로킹해두고, 그 시간에는 회의도 통화도 넣지 않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팀 전체와 공유하면 더욱 좋습니다.
인피니티 풀의 작동 방식은 진입에 아무런 허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로그인되어 있고 알림이 떠 있으니 한 번의 탭으로 바로 빠져듭니다.
이에 저항하는 가장 단순한 전술이 바로 매번 로그아웃하기입니다.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메일이든,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서비스에 접근할 때마다 다시 로그인하게 만드는 거죠. 앱을 삭제하는 것도, 영영 안 쓰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한 20초, 30초 정도의 수고가 필요하도록 만든 것뿐입니다. 인간은 아주 작은 허들에도 행동을 포기합니다."
"로그인을 다시 해야 한다는 수고는 그 잠깐의 충동을 한 번 멈추게 하고, '지금 이거 정말 봐야 하나?' 이렇게 자동으로 자문하게 만들죠. 이 1초의 질문이 하루에 수십 번 발동하면 되찾는 시간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홈 화면에 가득 찬 알록달록한 아이콘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우리를 유혹합니다. 해법은 단순합니다.
"홈 화면에서 앱 아이콘을 전부 지우세요. 스마트폰을 켰을 때 배경 화면만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앱을 삭제하라는 게 아닙니다. 검색하거나 앱 서랍을 열면 찾을 수 있지만, 홈 화면에서 시각적인 진입점을 없애는 것입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켰을 때 텅 빈 화면이 우리를 맞이하고 그 순간 멈칫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폰을 열었지?' 이 질문이 떠오르죠."
하루에 무의식적으로 폰을 드는 횟수가 수십 번, 그때마다 최소 5분씩 빠져든다면, 이것만 막아도 하루에 한두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전술 2의 로그아웃하기와 함께 쓰면 시너지가 큽니다.
"장벽은 낮은데 그에 비해 효과는 좋습니다."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 — 파킨슨의 법칙
마감이 일주일이면 일주일 걸리고, 기한이 없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일이 투자 미팅이면 기적적으로 발표자료가 완성되죠. 마감일의 힘을 역이용하는 전술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정했다면, 거기에 구체적인 마감 시각을 붙이세요.
"'이번주 안' 같은 건 마감일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시각이 있어야 뇌가 긴장하고, 긴장해야 집중이 시작됩니다."
특히 리더에게 더 중요한 전술입니다. 일반 직장인은 상사가 마감일을 정해주지만, 리더에게는 마감 기한을 정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장 분석이나 전략 수립 같은 일이 끝없이 미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70% 정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마감 기한을 설정하고, 팀원에게 공유하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시간을 확보하고 방해물을 차단해도, 에너지가 바닥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에너지 없이 녹초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의 생활 방식이 인간의 몸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초원을 걷고, 해가 지면 잠들고, 소규모 집단에서 얼굴을 맞대며 살았습니다. 해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원시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세 가지 세부 방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 움직이세요 — 헬스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라는 게 아닙니다. 하루 20분의 걷기면 충분합니다. 인간의 뇌는 걸을 때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회의실에서는 안 나오던 아이디어가 동네 한 바퀴 돌고 나면 떠오르는 경험, 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워킹 미팅,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일 러닝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세요 — 문자 10통보다 5분의 대면 대화가 더 큰 충전이 됩니다.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혼밥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쪽이 활력 측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밤에는 스크린을 끄세요 — 밤에 블루라이트를 쬐는 건 뇌에 "아직 낮"이라는 거짓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는 밝은 스크린을 멀리하고, 낮은 조도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세요. 수면의 질이 달라집니다.
"에너지는 시간과 다르게 공평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지만, 에너지는 관리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지죠."
책이 제시하는 마지막 단계는 돌아보기입니다. 완벽한 하루의 공식은 없고, 사람마다 적합한 전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루 끝에 단 1분만 써서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이것은 일기도 반성문도 아니라 실험일지에 가깝습니다. IT에 익숙한 분이라면 린스타트업의 '빌드-측정-학습' 루프가 떠오를 겁니다. 제품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측정하고 거기서 배워서 다음 버전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하루에도 이 루프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안 되면 버리고 다른 걸 해보면 됩니다."
세상에는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조언이 넘쳐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라, 뽀모도로 타이머를 써라 등. 각각 일리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실험을 통해 직접 발견하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이 책의 더 근본적인 메시지는 생산성 기술이 아닙니다.
"매일 정말 중요한 것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비지 밴드왜건과 인피니티 풀에 함몰된 하루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공허합니다. 반대로 하이라이트 하나를 제대로 해낸 하루는 일을 많이 못했더라도 충만하죠."
리더는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조직을 디자인하지만, 정작 자신의 하루는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알림이 울리면 반응하고, 회의가 잡히면 참석하고, 피드가 올라오면 스크롤하면서 하루 전체를 디폴트 모드에 맡겨버립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의 하루를 디폴트에 맡기겠는가, 아니면 직접 디자인하겠는가?"
오늘 소개한 다섯 가지 전술 중 딱 하나만 내일 시도해보세요. 그 작은 실험이 충만한 하루를 만들고, 그 충만한 하루가 쌓여 사업도 삶도 방향이 잡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