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경영 사상가 로저 마틴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략 기획'이라 불리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전략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단언한다. 진짜 전략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활동 목록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 변화라는 불확실한 결과에 베팅하는 이론이어야 한다. 이 영상은 '계획'과 '전략'의 본질적 차이를 짚고, 관리자에서 전략가로 거듭나는 길을 제시한다.
'플래닝'은 인류 역사상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개념이고, '전략'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분야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둘을 합쳐서 '전략 기획(Strategic Planning)' 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생겼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략 기획'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전략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름만 빌렸을 뿐, 실제로는 전략이 아니에요. 그것은 그저 회사가 앞으로 하겠다고 나열한 활동 목록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겠다", "새 공장을 짓겠다", "새로운 인재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 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것들을 전부 실행한다 해도 회사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이 없었으니까요."
코닥의 사례가 딱 이 경우다. 2000년대 초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라인업을 확대하고, 프린팅 사업을 효율화하고, R&D 예산을 얼마나 증액할지 고민했다. 전부 액션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 작은 스타트업은 거대한 가설 하나를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사진을 인화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 위해 찍는다. 우리는 그 공유 행위의 기본 인프라가 되겠다."
그 스타트업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코닥은 파산했고, 인스타그램은 10억 달러에 팔렸다.
"행동의 합은 절대 전략이 되지 않습니다. 100가지의 자잘한 일을 중구난방 하는 것보다 한 가지의 승리 이론을 세우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전략은 무엇일까? 로저 마틴은 이렇게 정의한다.
"전략이란, 통합적인 선택들의 집합으로 스스로 선택한 경기장 위에 자신을 포지셔닝하여 승리하는 것입니다. 전략에는 이론이 있어야 합니다. '왜 우리는 저 경기장이 아닌 이 경기장에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경기장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누구보다도 고객을 더 잘 만족시킬 수 있는가'가 담겨야 합니다."
그 이론은 반드시 일관성, 실행 가능성, 구체적 행동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반면 플래닝은 이런 일관성이 전혀 필요 없다. 제조 부서가 원하는 것, 마케팅 부서가 원하는 것, 인사 부서가 원하는 것이 아무런 내적 연결 없이 목록으로 나열되는 경향이 있다.
플래닝이 위험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플래닝은 대개 앞으로 쓸 비용과 자원에 관한 것인데, 공장을 짓고, 사람을 뽑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이 모든 결정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전략은 결과(Outcome) 를 명시한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충분히 원하게 되어 충분한 양을 구매하고, 원하는 수익으로 이어지는 결과 말이다. 까다로운 점은, 그 결과를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지, 여러분이 아닙니다."
심리학에는 '통제 환상' 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나아가 그런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회의실에 두 가지 안건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A안은 임대료, 인건비를 계산하면 엑셀 파일 하나로 깔끔하게 출력된다. B안은 아무리 좋은 방법을 떠올려도 성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A안 같은 '계획'을 고른다.
"플래닝의 함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이 플래닝에 열중하는 동안, 경쟁자 중 적어도 하나는 어떻게 이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이 어느 노선을 운항할지 플래닝하기 바쁠 때, 텍사스에는 작은 회사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있었다. 그들이 겨냥한 것은 하나의 결과였다. 바로 그레이하운드 버스의 대안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항공사들은 모두 허브 앤 스포크로 운항한다. 우리는 도시 간 직항으로 날겠다. 그러면 항공기가 지상에서 대기하는 일이 없다. 비행기는 공중에 있을 때만 돈을 버니까. 우리는 737 기종 하나만 운항한다. 단일 기종으로 통일하면 게이트도, 시스템도, 교육도, 시뮬레이터도 모두 그것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 기내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여행사를 통한 예약도 받지 않는다. 온라인 직접 예약을 유도하겠다."
이 모든 선택은 단 하나의 아웃컴에서 역산된 것이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의 비용 구조는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고, 훨씬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다른 항공사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는 '우리가 누구의 대체재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그 답이 그레이하운드 버스였고요."
이케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케아의 아웃컴은 "갓 독립한 20대가 부모님 도움 없이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였고, 조립식 가구, 납작한 포장, 도시 외곽의 매장이라는 모든 활동이 이 아웃컴에서 역산되었다. 무신사도 초기에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티가 그대로 커머스가 되길 바랐다" 는 아웃컴 아래 매거진 감성과 거리에서 쇼핑하는 듯한 경험을 설계했다.
"계획은 내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전략은 외부를 향합니다. 고객의 행동이나 상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먼저 규정하고, 거기서 역산해서 무슨 일을 할지 설계하죠."
세상에는 두 종류의 리더가 있다. Playing to play(참여만 하는 리더) 와 Playing to win(이기려는 리더). 표면적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둘 다 꼬박꼬박 출근하고, 회의에 참여하고, KPI도 유심히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참여자의 시장 점유율은 잠식당하고, 승부사는 시장 자체를 재정의합니다."
"참여자 99명이 아무리 시간과 자원을 쪼개서 열심히 일해도, 승부사 한 명이 나타나는 순간 시장은 재편됩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서로 이기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현상 유지에 급급했고, 비행기나 더 사고, 게이트나 더 확보하면 된다고 여겼다. 사우스웨스트가 원하는 만큼 점유율을 가져가고 난 뒤, 남은 더 작은 파이를 나눠 가져야 했다.
그렇다면 이 '편안함의 덫'에서 벗어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째, 불안감을 인정하라. 전략에는 필연적으로 불안감이 따른다. 관리자로서 우리는 사전에 증명할 수 있는 일만 해야 한다고 배워왔지만, 전략이 성공할 것임을 미리 증명할 수는 없다.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세요.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요. 그것이 나쁜 관리자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위대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둘째, 전략의 논리를 명확하게 펼쳐 놓아라. 우리 자신, 업계, 경쟁, 고객에 대해 "무엇이 사실이어야만 이 전략이 작동할까" 를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건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전략은 하나의 여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조정하고, 다듬고, 정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는 것이 전략을 갈수록 더 나아지게 합니다."
셋째, 전략을 한 장에 담아라.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경기장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경영 시스템이 필요한지를 한 장에 정리하고, 그것이 사실이 되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논리를 펼쳐 놓은 뒤 실행하면서 계속 관찰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플래닝만 하는 건, 패배로 향하는 길입니다. 전략을 실행하면,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가 여러분에게 찾아옵니다."
영상은 마지막에 이렇게 묻는다. 📌
"나는 정말 이기기 위해 사업을 하는가? 아니면 그냥 참여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이 바로 변화의 신호다. 행동의 합은 절대 전략이 될 수 없고, 계획은 언제나 '편안함의 덫'이 될 수 있으며, 참여자가 뭘 할까를 고민하는 동안 승부사는 어떻게 이길까를 고민한다. 그 불씨를 끄지 말고, 관리자에서 전략가로, 참여자에서 승부사로 거듭나는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