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가 황석희가 20년간의 경험과 최근 책 『오역하는 말들』을 중심으로 일상·관계·자기성찰에서의 오역과 다정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며, 실수와 오해를 줄이는 열쇠로 여유, 겸손, 애정을 강조합니다. 각박해진 사회일수록 '다정하게 번역하기'와 '귀 기울여 듣기'의 가치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전달됩니다.
황석희 번역가는 일상에서 사람의 말을 번역하는 것이 문장 번역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정확한 번역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 맥락까지 모두 옮기는 것은 끝없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서로의 말을 번역할 때는 아주 너그럽고 넉넉하게 번역을 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나중에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을 때 상처가 덜하다고 조언합니다.
"어떤 사람의 말을 번역하고자 할 때 아주 너그럽고 넉넉하게 번역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중에 내가 오역임을 알게 됐을 때 이불킥을 덜하게 돼요. 그리고 머릿속에서 살짝 꺼내서 다시 수정하시면 되잖아요."
이러한 자세만으로도 상대방과의 오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박하면서도 힘 있는 결론입니다. 🎈
황석희는 번역가들이 '오역'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감정(애증)을 갖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정확성이 아니라 맥락과 의도까지 반영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번역가마다 생각하는 '정확성'의 기준도 다르고, 번역가들도 자신이 경험한 오역,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오해들이 많다고 털어놓습니다.
"사람 사이에 소통에서 오는 오역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늘 오해를 하고 오역을 하면서 살아요."
오역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는 무지, 냉소, 선의라는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요즘에 정말 많이 봐요. 그냥 그 사람이 주는 거 없이 싫은 거예요."
이처럼 일상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오역이 발생하며, 책과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언어 사용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더 많은 오해가 일어난다는 점도 짚습니다. 오히려 잘 모르는 타인의 말에는 에너지를 들여 해석하는 반면, 가까운 사람의 말을 대충 넘겨듣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가까운 사이에서 오역이 더 많이 발생해요. 왜냐면 원문을 존중하지 않아... 원문 앞에 겸손해야 하고 발화자를 늘 존중해야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있어요."
가령, 어린 자녀를 대할 때 어른의 언어와 감정 표현이 아이에게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어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예시합니다.
"아이는 능숙한 번역가가 아니예요. 어른이 속상하다고 말하면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즉, 각자의 번역(해석) 능력에 맞춰서 상대방에게 적절한 "원문"을 주는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황석희는 번역이라는 작업이 타인의 언어를 옮기는 일일 뿐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의 말과 생각을 해석하는 일과도 직결된다고 성찰합니다.
"저의 말을 오해서 힘들었던 경험은 계속 있죠. 제 맘속에 간사한 내가, 약삭빠른 내가 나를 오역해서 밖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늘 오역하면서 살아갑니다."
또 번역가로서 한국어 실력과 오랜 반복적 경험이 중요함을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선천적 재능뿐 아니라 20년 동안 집요하게 문장의 디테일을 다루면서 얻은 후천적 언어감각이 커진 것 같다는 점도 이야기합니다. 📝
"20년 차 셰프라고 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미각이 예민할 거잖아요. 그거랑 마찬가지에요."
번역가로서 '오역'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 과거에는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했던 경험을 솔직히 말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즉 '회복탄력성'이 자기 성장과 자존감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싸우고 변명하고 방어 논리를 찾아 헤매는데, 그냥 다 인정을 해 버리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는 실제로 오역을 한 뒤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경험을 들려줍니다.
이러한 태도 변화가 일상과 인간관계에서도 큰 자유와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졌고, 자신을 더 멋진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줬다고 합니다.
"이 자세가 번역만이 아니고 거의 모든 일상에서 크게 도움이 돼요. 쉽게 인정을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 가장 좋은 길이에요."
현대 한국사회가 점점 파편화되고, 소통도 속도전에 시달리게 되면서 타인의 말을 여유 있게, 다정한 시선으로 번역해 주기가 어렵다는 현실도 짚습니다. 💬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남의 말을 천천히 해석하면 뒤에서 빵빵대죠. 다들 빨리빨리 해석하길 원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으로라도 여유와 다정함을 갖추려는 습관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합니다.
"한 마디만 귀 기울여 들어주고, 상대의 말을 너그럽게 번역하는 습관만 들어도 오역을 정말 많이 줄일 수 있어요."
또, 음력이 떨어지고 차가워지는 사회일수록 다정함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부터 다정한 언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요즘 세상은 각박하고 뾰족하지만, 다정함에 대한 니즈는 정말 커요. 내가 말을 예쁘게 하고 싶고,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 그런 니즈가 있다면 먼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세요."
황석희 번역가와의 대화는 '오역 없는 삶'이란 없다는 진솔함과, 오역과 실수를 인정하며 성장하는 태도가 오히려 우리를 더 다정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각박한 사회일수록 말 한마디, 해석 하나에 더 천천히, 너그럽고 다정한 마음을 실어보자는 그의 조언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깁니다. 😊
"그거 하나만 하셔도 서로에 대한 오역을 정말 높은 퍼센티지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