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 한 대가 도대체 왜 그렇게 비쌀까? 영화처럼 정말 엄청나게 부서지고, 엄청난 돈이 오가는 F1의 세계, 그리고 드라이버·엔지니어·피트크루들이 어떻게 실제로 일하는지, 그리고 엔진, 타이어, 부품 이야기까지. 이 영상은 전직 F1 엔지니어 김남호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의 F1 레이스 현장을 아주 생생하게 전합니다. 영상 속 유쾌한 설명과 솔직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며, 영화나 뉴스에서 미처 듣지 못한 F1의 숨은 진짜 사정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이 "F1 차량 한 대에 얼마냐?"는 건데, 김남호 대표는 "실제로 공식적인 판매가가 정해진 건 없다"고 말합니다.
"차 가격은 현재 나와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략 인터넷에선 한 대에 120억 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사치일 뿐, 파트별로 생산 대수도 다르고, 사고·테스트용 등 용도에 따라 쓰는 부품 개수도 달라서 단일 가격으로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한 팀당 1년에 한 최대 다섯대 정도 만들거든요. ... 한 대는 무조건 부시기 위해 테스트 해야 하고, 나머지 두 대는 실제 레이스용입니다. ... 운 좋으면 두 대만 써서 시즌 끝나기도 하고요."
아주 운이 좋아서 사고가 없으면 레이스용 두 대로 시즌을 끝내기도 하지만, 강한 충돌이 나면 뼈대(샤시)는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5대 정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품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신품으로 계속 생산, 교체하는데, 가령 앞날개(윙) 하나만 해도 수십억 원씩 들 수 있다고 합니다. 팀들은 성능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 때마다 미세하게 다르게 디자인해서 계속 씁니다.
F1 팀들이 1년에 쓸 수 있는 엔진도 엄격히 제한됩니다.
"드라이버당 한 시즌 네 대까지 쓸 수 있거든요. 그 이상 사용하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이 규정은 엔진을 무한정 교체하며 돈으로 성능 전쟁을 벌이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엔진은 팀당 1년에 약 8~10대 정도를 쓰는데, 엔진 하나의 대당 가격은 약 15억~20억 원 수준, 1년에 150~200억 원이 엔진 공급에만 들어갑니다.
그럼 이 F1 자동차 실제로 살 수 있냐고 물으면, "팔 때는 엔진 빠진 껍데기만 판매하거나, 오리지널이 아닌 다른 엔진을 넣어서 팔기도 한다"고 해요. 직접 도로에서 몰고 다니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대부분은 소장용이거나 트랙에서 이벤트용으로 돌리는 것이죠.
영화처럼 정말 큰 충돌이나 사고가 흔하냐는 질문엔,
"예, 많이 부서집니다. 카본 파이버 재질은 단단해도 충돌하면 잘 깨집니다. 오히려 드라이버 보호 셀 빼고는 다 깨지라 설계되어 있습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선
"우리 차가 부서지면 절망, 남의 차가 부서지면 환호"
라는 웃픈 현실도 공유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드라이버와 엔지니어가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냐는 부분에 대해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실제론 엔지니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다"고 합니다. 드라이버가 피드백을 주거나 요청해도, 데이터상 드러난 경고 상황이나 타이어 상태, 세팅 범위 등을 전달하는 게 주된 일이죠.
"전투기가 한번 이륙하면 조종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레이스 중이기보단, 경기 전 연습(practice) 때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서 작전을 짜는 게 핵심 업무입니다.
F1에서 타이어 전략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동하는지 여러번 강조합니다. '타이어를 아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타이어의 온도와 접지력(그립)은 80도에서 100도 사이가 최고입니다. 100도 넘으면 그립이 뚝 떨어져요."
"지우개와 똑같습니다. 한 번에 세게 쓰면 금방 다 달아 없어져 나중에 쓸 게 없으니까요."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면 실제 타이어 성능이 데이터로 예측한 것보다 더 좋거나 나쁠 수 있고, 변수가 워낙 많아 실제 경기 중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타이어 온도 관리", "타이어를 아껴라" 라는 전략이 나온 거죠.
그리고 타이어 워머(담요) 사용 금지도 원래 2025년에 도입 예정이었으나, 실제 타사 피렐리의 요청으로 당분간 연장됐다고 설명합니다. 타이어 워머는 전기 담요처럼, 경기가 시작되기 전 타이어를 적정 온도로 데워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레이스 결과를 뒤바꿀 최대 변수는 피트스탑 타이밍과 속도, 그리고 사소한 실수(!)에서 결정된다고 해요.
"1, 2, 10년 전까지만 해도 타이어 교체에 6~8초 걸렸는데, 지금은 3초가 넘어가면 느리다고 할 정도, 평균은 2.5초에서 3초 정도입니다."
피트크루는 실제 자동차 조립·수리하는 메카닉(정비사)들이 직접 맡으며, 훈련을 엄청나게 반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수 한 번만 해도 큰 책임이 따르고,
"타이어를 잘못 갖고 나오는 경우, 좌우를 헷갈리거나 다른 컴파운드 타이어를 갖고오는 실수들이 때때로 생깁니다. 그래서 보통 프론트, 레프트 등 이름을 큰 글씨로 써 붙이기도 해요."
피트크루뿐 아니라, 드라이버, 엔지니어 모두가 순식간의 긴장 속에서 실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도 솔직하게 전합니다.
핸들에는 온갖 버튼이 있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건 6~7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운전 중엔 브레이크 밸런스, 기어 변속, 커뮤니케이션 버튼, 물 마시는 버튼 정도가 자주 사용되고, 나머지는 긴급 때만 씁니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에선 드라이버도 실수하기 쉽고, 문제 해결을 못해 '엔지니어한테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네요.
"데이터상 나중에 보면 '네가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 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인간다운 실수가 늘 있습니다."
포뮬러 원 차량의 배기량은 1,600cc(아반떼 수준)인데, 터보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1,0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뽑아냅니다.
"1,600cc인데도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터를 합쳐 1,000마력 전후의 폭발적 힘을 냅니다. 이게 다 터보 차지드 엔진의 마술이죠."
부품은 수만 개가 쓰이지만, 부품 하나하나가 규제로 엄격히 관리되며, 특히 안전과 관련된 부품들은 지정 업체 제품만 쓸 수 있다고 명확히 덧붙입니다.
그 외에도 영화처럼 아주 독특해 보이는 에어로파츠 같은 부분은 "공기역학적 이익이 있을 수도 있으나, 영화의 상상력"에 가깝다고 웃으며 설명합니다.
이 영상은 F1 세계의 이면, 그리고 레이싱, 기술, 돈, 인간의 실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직 엔지니어의 눈으로 아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윤활유처럼 돌아가는 시스템 같지만, 실제로는 순식간의 긴장, 진짜를 해내는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 그리고 어이없는 실수와 전략, 우연이 뒤섞인 굉장히 인간적인 현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차가 부서지면 절망, 남의 차 부서지면 환호."
"지우개도, 타이어도... 아껴 써야 오래 간다." "모든 걸 기계처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어요. 사람도, 팀도, 늘 실수하고, 거기서 다시 고치면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