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NHANES)과 중국(CHARLS)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여 악력 대 체중 비율(GSWR)이 전체 사망률, 심혈관 사망률, 그리고 심혈관 질환 유병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낸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체중 대비 악력이 높을수록 사망 위험과 질병 유병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L자형' 비선형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절대적인 힘이 센 것보다 본인의 체중을 감당할 수 있는 근력이 건강과 수명에 훨씬 중요한 지표임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걷거나, 계단을 오르고, 물건을 드는 모든 활동에는 근력이 필수적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낙상이나 장애 위험이 커지죠. 그래서 보통 '악력(손으로 쥐는 힘)'을 측정해서 전반적인 근육 상태를 확인하곤 합니다. 악력은 측정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들면서, 심혈관 질환이나 암, 심지어 사망률과도 관련이 깊은 훌륭한 건강 지표거든요.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바로 '체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덩치가 크고 무거운 사람은 근육량 자체가 많아서 악력이 세게 나올 수 있지만, 자기 몸무게에 비해 근력이 충분한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절대 악력의 결정적인 한계는 신체 크기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근육량이 많아 절대 악력이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중에 대한 기능적 근력은 절대 악력이 낮은 가벼운 사람보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악력을 체중으로 나눈 값인 GSWR(Grip Strength-to-Weight Ratio, 악력 대 체중 비율)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히 BMI(체질량지수)를 쓰는 것보다, 체중 대비 근력을 보는 것이 실제 신체 능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미국과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이 수치가 실제로 우리의 수명과 심장 건강에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연구진은 신뢰도 높은 두 가지 국가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NHANES(국민건강영양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CHARLS(중국 건강과 은퇴에 관한 종적 연구)입니다.
NHANES에서는 약 1만 명, CHARLS에서는 약 1만 1천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악력을 측정한 뒤 체중으로 나누어 GSWR을 계산했고, 이후 이들이 사망했는지, 심혈관 질환이 있는지 추적 관찰했습니다.
위 그림은 미국(A)과 중국(B)의 연구 참가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되고 제외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흐름도입니다.
연구팀은 나이, 성별, 흡연, 음주, 고혈압, 당뇨병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꼼꼼하게 통제하여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두 나라 데이터 모두에서 GSWR이 높을수록(즉, 체중 대비 힘이 셀수록) 사망 위험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
GSWR 수치에 따라 사람들을 4개 그룹(1분위~4분위)으로 나누었을 때, 악력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사망 위험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L자형 곡선을 그렸습니다. 즉, 일정 수준까지는 근력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급격히 줄어들다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그 효과가 완만해지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용량-반응 분석 결과, 두 코호트 모두에서 GSWR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사이에 전형적인 L자형 비선형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GSWR이 증가함에 따라 사망 위험(보라색 선)이 급격히 떨어지는 L자형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 미국, B: 중국)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미국 데이터 분석). GSWR이 높은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79%나 낮았습니다(위험비 0.21). 이는 체중 대비 근력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국 데이터에서 GSWR과 심혈관 사망률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특정 수치(빨간 점선)를 넘어서면 사망 위험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 또한 GSWR이 높을수록 낮았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체중 대비 악력이 강한 사람들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적었습니다.
GSWR이 높아질수록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Odds Ratio)이 낮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이 연구는 GSWR이 단순한 악력 측정보다 건강을 예측하는 데 더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절대적인 힘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체중에 맞는 적절한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BMI(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만으로 비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근육질인 사람을 비만으로 오판하거나 근육이 없는 마른 비만인 사람을 정상으로 판단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GSWR은 실제 근육의 기능적 능력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BMI의 중요한 한계는 지방량과 제지방량(근육 등)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반면, 근력 능력과 체중 사이의 유의한 공분산(...)을 고려할 때, 체중에 대해 악력을 정규화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렇다면 왜 악력이 센 것이 수명 연장과 연결될까요?
연구진은 이 연구가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GSWR이 장기적인 건강 예후를 보여주는 중요한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체중 대비 악력(GSWR)'이 우리의 수명과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지표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것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 몸무게를 지탱하고 이겨낼 수 있는 '근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 요약하자면:
지금 바로 악력기를 잡아보거나, 내 체중 대비 근력이 충분한지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