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브런치🌟뇌과학에서 말하는 기억의 진짜 본질 [#박문호박사의빅히스토리 ] #31회 #풀영상 25.06.13방송](https://i.ytimg.com/vi/_Zvkg1nwQnQ/hqdefault.jpg)
이 영상은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가 기억의 본질을 뇌 구조와 함께 깊이 있게 설명하는 강의입니다. 우리가 흔히 '암기'로만 알고 있는 기억이 실제로는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뇌의 작용인지를 다루며, 해마(hippocampus) 를 중심으로 한 기억 생성 회로와 기억의 여러 종류를 체계적으로 풀어냅니다. 궁극적으로 기억이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인간이 매 순간 적절하게 행동하고 자기 삶을 창조하는 총체적 정신작용임을 강조합니다.
강의는 우리가 '기억'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흔히 떠올리는 것, 즉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역사를 암기하는 것이 사실 기억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으로 시작합니다. 박사는 이런 방식의 기억이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 기억이라 생각하는 거는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교과서를 갖고 공부를 하고 문자로 된 그 기억, 그걸 자꾸 생각해서 기억의 실체를 놓치는 겁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을 테지만, 그들도 당연히 기억을 했습니다. 산에 나무하러 갔던 일, 바다에서 수영했던 일, 친구와 다퉜던 일 — 이런 사건 기억(episodic memory) 은 글을 알든 모르든, 공부를 많이 했든 못 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납니다.
"이거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기억입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기억은 뭐냐면 내가 하는 행동이 기억이 된다는 거예요. 무제한으로 기억이 된다는 거예요."
박사는 기억이 행동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흥미로운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우리는 친구와 싸웠던 기억, 그 감정, 나눴던 말들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 내 몸이 어떤 자세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
"친구하고 다퉜을 때 여러분들 했던 그 말이나 이런 거는 기억이 되는데 그때 여러분들의 몸의 자세, 그건 기억이 잘 안 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몸의 움직임은 습관적 기억, 즉 10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 종류의 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건·감정·대화는 또 다른 종류의 기억입니다. 기억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핵심은 이것입니다.
"기억은 우리의 행동하고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억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박사는 기억에 일곱~여덟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억은 바로 사건 기억입니다. 사건 기억이란 시간과 장소 정보가 담긴 기억으로, 영어로는 'episodic memory', 우리말로는 '일화 기억' 또는 '이야기로 할 수 있는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
"내가 이야기로 할 수 있는 것, 수학 문제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근데 내가 지금 경험했던 건 다 이야기가 되잖아요. 무용담이 되잖아요."
해외여행 다녀온 이야기, 햄버거 먹으러 갔던 이야기 — 이런 것들이 모두 사건 기억이고, 이것이 생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억입니다.
이 사건 기억을 생성하는 곳이 바로 해마(hippocampus) 입니다. 단, 해마는 기억을 만들어 내지만 저장은 하지 않습니다.
"해마가 사건 기억을 만들고 생성을 하는데, 저장은 하지 않는다. 저장은 대뇌 피질에 한다는 거예요."
또한 기억과 감정은 분리되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얽혀 있습니다. 기억(초록색)에 감정(노란색)이 얹혀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알코올성 치매와도 연관되는데, 술을 많이 마셔 편도체(감정 중추)가 손상되면 기억 자체도 무너지게 됩니다.
박사는 칠판에 뇌 구조를 직접 그려가며 해마 주변의 회로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기억을 이해하려면 이 구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크게 세 가지 영역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아래 단계로, 기억 회로의 핵심을 이루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이쪽에서 노벨상이 나옵니다. 바로 장소 세포, 그다음에 그리드, 그다음에 헤드 디렉션 세포들이 발견된 거예요. 이 부분이 지금 뇌과학에서 가장 핫한 부분입니다."
정보는 내후각피질 → 치상회(DG) → CA3 → CA1 → 수비큘럼(Subiculum) 순으로 흐르며, 다시 내후각피질로 돌아오는 순환 회로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이 해로가 돌면서 기억 생성 그리고 기억 인출에 관련된다는 거예요."
🔍 패턴 분리(Pattern Separation)란 비슷해 보이는 두 기억을 서로 구별해 내는 능력입니다. 치상회의 과립 세포들이 이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출처(A세포, B세포)에서 온 신호들이 CA3에서는 섞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치상회에서는 A와 B가 명확히 분리됩니다.
✨ 패턴 완성(Pattern Completion)이란 일부 단서만으로도 전체 기억을 떠올리는 능력입니다.
"4자로 시작하는 가위를 하면 '사가위'가 딱 나오잖아요. 단어 속에 하나만 알려 줘도 전체가 떠오르잖아요. 밤에 꿈을 꿨는데 낮에 지나가서 딱 보면 밤에 꿈이 전체가 떠오르잖아요. 그게 바로 패턴이 완성되는 과정이에요."
이 패턴 완성은 CA3의 오토피드백 회로에서 일어납니다.
기억 전체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기억이라 할 때는 뭐 시를 암송한다, 수학 방정식 — 다 의미 기억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근데 이 의미 기억도 모든 출발이 반드시 사건 기억에서 의미 기억으로 바뀌는 겁니다."
CA1에서 나온 출력 신호는 단순히 기억 저장소로만 가지 않습니다. 편도 중심핵(공포·각성), 분계선조 침대핵(불안), 측좌핵(중독의 중심핵), 내측 전전두엽(자기 조절) 으로도 연결됩니다.
특히 내측 전전두엽은 자아의 중심, 사회적 감정, 자기 조절이 모두 일어나는 곳으로, 명상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셀프의 센터입니다. 자기 조절, 모든 것이 일어납니다. 얼마나 이게 놀랍습니까?"
박사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억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가 장소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교실에서는 공부, 절에서는 수행, 목욕탕에서는 때를 민다)은 동물로서 인간이 장소 정보와 행동을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해마가 하는 일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기억이라는 걸 너무 단순하게 무슨 시를 암기한다, 수학 공식을 암기한다. 이런 쪽으로 자꾸 생각해서 기억의 본질을 놓친 거예요. 그거는 탱크를 갖고 개미 잡는 거하고 똑같아요."
기억은 매 순간 우리를 적절하게 행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그 계산 과정은 천문학적으로 복잡하지만, 우리는 머리를 거의 안 쓰는 것처럼 자동으로 해냅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러한 복잡한 회로를 통해서 어마어마한 신경 작용을 통해서 이 과정이 간신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자기 삶 자체를 창조하는 과정이 됩니다.
"궁극적으로 기억이야말로, 학습이야말로 자기 삶을 매순간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박문호 박사의 이 강의는 '기억 = 암기'라는 좁은 관점을 완전히 해체합니다. 기억은 해마를 중심으로 한 정교한 신경 회로가 초 단위로 작동하며, 장소·사물·감정·행동 모두를 통합해 인간이 세상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돕는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지구상 가장 놀라운 종인 호모사피엔스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 사건 기억의 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