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가로서의 연구 예술 - 마리암 마흐무드
1. 문명의 매뉴얼: 책과 문명의 연결고리 📚
샌프란시스코의 포트 메이슨에 위치한 카페-바-박물관-이벤트 공간에는 롱 나우 재단(Long Now Foundation)의 특별한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문명의 매뉴얼(Manual for Civilisation)'이라는 이름으로, 문명을 유지하거나 재건하는 데 가장 중요한 3,500권의 책을 모아둔 컬렉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외딴 섬(혹은 적대적인 작은 행성)에 갇힌다면, 어떤 책들을 가지고 가고 싶나요?"
이 컬렉션은 단순히 책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책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역사학자 바바라 터크먼(Barbara Tuchman)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책은 문명의 운반자입니다. 책 없이는 문명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책을 "인류의 모든 놀라운 발명품의 봉인"이라 칭하며, 책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책을 "세대와 문화의 적합한 유산"이라 불렀고, 칼 세이건(Carl Sagan)은 책을 "인간이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증거"라고 감탄했습니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지식의 저장소가 아니라, 문화를 조립하고 형성하는 도구로서 문명의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2. 읽기의 신성함: 이슬람의 기원 이야기 🌌
이슬람 문명의 기원은 읽기(Read)라는 신성한 명령에서 시작됩니다. 약 1,450년 전, 메카의 카바를 내려다보며 방황하던 예언자 무함마드(ﷺ)는 천사로부터 명령을 받습니다:
"읽어라(Iqra)."
그러나 그는 대답합니다:
"나는 읽을 줄 모릅니다."
이 명령은 세 번 반복되었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창조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읽어라."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랍어 단어 'Iqra'가 단순히 '읽다'뿐만 아니라 '낭송하다'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읽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외부로 확장되는 행위임을 암시합니다. 현대의 읽기 역시 개인적인 성찰과 사회적 연결 사이를 오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읽기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경외심에 대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경외심을 바탕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3. 읽기의 위기: 문화의 붕괴를 예견한 작가들 📖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작가들은 읽기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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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1926년, 영화와 같은 시청각 매체가 읽기의 깊이를 훼손할 것을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청각 매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명에 반(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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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화이트(E.B. White)는 1951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을 상상하며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150만 명 중 단 한 명만이 독자로 남는다고 해도, 그 사람은 구할 가치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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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택(Susan Sontag)은 1996년, 책이 단순히 텍스트로 전락하고, 독서가 내면의 깊이를 잃는 시대를 걱정하며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책이 단순히 '상호작용 가능한 텍스트'로 변하면, 이는 단순히 책의 죽음이 아니라 '내면성의 죽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공통된 우려는 책의 물리적 소멸이 아니라, 읽기의 본질적 가치와 문화적 깊이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들이 예견한 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집중력과 깊이 있는 참여가 부족한 시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4. 여가로서의 연구: 문화를 재건하는 열쇠 🔍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요제프 피퍼(Josef Pieper)는 '여가(leisure)'를 문화의 기초로 제안합니다. 여기서 여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그리스어 '스콜레(σχολή)', 즉 학교의 개념에 가까운 것입니다. 피퍼는 여가를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피퍼의 여가는 "의도적이고 탐구적인 호기심"을 바탕으로 하며, 이는 단순히 지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조립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문명의 패턴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5. 실천으로서의 연구: 호기심에서 창조로 ✨
여가로서의 연구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탐구하고, 이를 창조적인 결과물로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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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 만들기:
"좋은 질문은 연구를 이끌 만큼 구체적이면서도, 발견의 여지를 남길 만큼 열려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교외가 형성되었을까?"라는 막연한 질문은 "조닝(zoning)이 현대 교외를 어떻게 만들었을까?"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
증거 수집과 조직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화입니다. 또한, 해당 분야의 기초 텍스트를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결과물 창출:
연구는 반드시 창조적인 결과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는 에세이, 영상, 소셜 미디어 글, 혹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공유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6. 공동체와 문화의 재구성 🌍
연구는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그 결과는 공동체적 대화를 통해 더욱 풍부해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서브스택(Substack), 유튜브, 디스코드,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식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정제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롱 나우 재단의 '문명의 매뉴얼'이 상기시키듯, 책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기억과 행위의 매개체입니다. 여가로서의 연구는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의 단절된 문화를 넘어, 새로운 문명의 패턴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추천 도서 📖
- Leisure: The Basis of Culture - Josef Pieper
- The Pleasures of Reading in the Age of Distraction - Alan Jacobs
- How to Read a Book - Mortimer J. Adler and Charles Van Doren
- Amusing Ourselves to Death - Neil Postman
- The Disappearance of Rituals - Byung-Chul Han
"읽어라, 창조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이 신성한 명령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호기심과 탐구를 통해 문화를 재건하라는 초대입니다. 🌟